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강원도 횡성의 새말IC에서 나와 다시 42번 국도를 20분쯤 달려 구불거리는 산길 을 넘으면 안흥면이 나온다. 인구 3천 명의 아담한 마을이다. 면소재지는 직선으로 3백m 남짓한 공간 이다. 이곳에 보건소, 우체국을 비롯해 생활에 꼭 필요한 것들만 있는 전형적인 시골마을이다.하지만 마을 입구부터 찐빵모양 캐릭터가 웃고 있고 마을 정자의 이름도 ‘찐빵마을 정자’인 이곳이 바로 ‘안흥 찐빵마을’이다.
안흥이 찐빵으로 유명세를 탄 이유는 간단했다. 지리적인 상황 때문이다. 이곳에서 찐빵을 만든 이유도
역시 단순했다. 한국전쟁이 끝난 후 밀가루 원조를 받던 상황에배를 불릴 수 있는 것이 수제비, 칼국수,
찐빵 같은 밀가루 음식이었다. 여기에 마을에서 나는 팥을 삶아 넣은 것이 찐빵의 시작이라는 것이다.그
렇게 시작된 찐빵은 모내기를 하거나 추수를 할 때 같은 마을 행사에 빠지지 않는 새참이었다.
한편 안흥의 지리적 여건 덕분에 찐빵이 전국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안흥은 서울에서 강릉으로 가는길
의 중간지점으로 아침에 서울을 출발한 버스가 안흥에서 쉬어가며 점심을 먹고 다시 강릉으로 향했다.
영동선의 휴게소 역할을 했던 것이다. 안흥찐빵의 전성기는 영동고속도로가 강릉까지 뚫리는 1974년까
지 계속됐다. 이후 국도를 지나지 않는 차들로 인해 한때 침체기를 맞이하기도 했지만 입에서 입으로 전
해진 찐빵 맛은 꾸준히 이어져 이제는 강원도를 찾는 많은 이들이 길을 돌아서라도 꼭 한번 들러가는 명
소가 됐다.
<1시간에 3천 개를 만드는 할머니들의 손>
안흥찐빵은 아직도 전통방식을 고수하며 만들고 있다. 옛날처럼 막걸리를 넣고 발효시키거나 가마솥에
장작불을 때는 곳은 거의 없지만 손으로 하나하나 만드는 것은 50년 전 그대로다. 강원도 여행객이 늘어
나는 겨울에는 찐빵을 빚는 손도 바빠진다. 성수기에는 이 마을 18개 찐빵집에 300여 명의 할머니들이
손으로 찐빵을 빚는다. 이들이 만드는 찐빵은 1시간에 약 3천 개. 8시간을 꼬박 일한다 해도 하루에 고작
만 4천 개다. 겨울철에 일손이 필요하다보니 이 마을 할머니들은 쉴 틈이 없다. 가을걷이를 끝내고 겨울
농한기에 들어서면 찐빵을 만든다. 모여 앉아 빵을 빚고 더불어 쏠쏠한 부수입까지 생기니 여느 농촌마
을과 다르게 겨울철에도 활기가 넘친다. 최근에는 합자회사를 만들어 해외에 수출도 하고 백화점에도 납
품하고 있다. 게다가 기계식으로 찐빵을 만드는 업체도 생겨났으니 새참으로 먹던 찐빵이 산업이 된 것
이다.
<대를 이어가는 찐빵마을 이야기>
안흥이 여느 농촌마을과 다른 점은 또 있다. 젊은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학교가 끝날 시간이 되니 교복 입은 아이들이 길에 쏟아져 나온다.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면사무소 앞에 모여선 것이다. 찐빵집에도 젊은사람들이 있다. 찐빵집의 아들, 딸들이 나서서 인터넷판매, 통신판매와 같은 일을 돕고 있다. 50년 전 할머니의 손맛을 이어가는 가업이 된 것이다. 사실 마을에서 오고가며 새참으로 만들던 음식이니 모두가 원조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가게에 따라 팥의 가공법과 찌는 시간 그리고 첨가물의 종류에 따라 미묘한 맛의 차이가 있다고 한다.
<안흥찐빵>
안흥찐빵은 손으로 직접 빚은 찐빵을 15분간 쪄낸다. 가마솥과 장작불이 현대식 솥과 가스불로 바뀌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