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녀(禁女)의 벽을 뚫은 당찬 아가씨는 필드 밖에만 서면 영락없는 소녀로 돌아갔다. 장동건, SS501, 송승헌 등 유명 연예인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표정이 밝아지고, 순대와 찐빵을 무지 먹고 싶어하는 여학생이다. 미셸 위가 5일 KPGA(한국남자프로골프협회) 투어 SK텔레콤 오픈대회2라운드 합계 5언더파로 컷을 통과해 일을 냈다. “연습은 열심히 했고, 하고… 잘 치면 좋고, 못 치면 그냥 재미있게 치고 그냥 열심히 하겠습니다.” 대회 시작 전 이런 포부를 밝힌 그는 컷 통과 후 생글생글 웃으며 “진짜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미셸 위는 숙소인 호텔로 돌아가지 않았다. 골프장의 연습그린에 나가 지름 6~7ｍ 거리의 홀 주변에 원 형태로 티를 20여 개 꼽아놓고, 연습 퍼팅이 들어간 곳의 티만 뽑아내 밖으로 내던지는 연습을 반복했다. 뒤늦게까지 골프장에 남아있다가 미셸 위를 발견하고 몰려온 20여명의 갤러리가 먼저 지쳐 자리를 뜰 정도였다. 프로골퍼 미셸 위는 그래도 17살이었다. 그는 ‘최근에 타임지(紙)가 영향력 있는 100인으로 선정했는데’라는 질문을 받자 “너무 좋았어요. (가수) 비하고 함께 선정돼 더 영광이에요”라고 답하기도 했다. 대회 주최측은 “개그맨, 가수 등 연예인들과 어울리는 것이 너무 좋은지 한 오락프로그램 녹화 때는 예정시간 1시간을 훌쩍 넘겨 40분을 더 촬영해 곤혹스러웠다”며 웃었다. “지난번에 와서는 돼지족발이랑 순대를 못 먹고 갔거든요. 이번엔 꼭 먹고 갈 거예요.” 한국음식에 ‘열광’하는 것도 화제다. 대회 코스인 스카이72골프장에서 처음 연습라운드를 하던 날 골프장 간식 메뉴판에서 겨울메뉴인 ‘찐빵’을 발견하자마자 “호빵, 호빵…” 하는 바람에 골프장측에서 인천 시내까지 사람을 보내 안흥찐빵을 공수해 왔다. 1일에는 삭힌 홍어, 삶은 돼지고기, 묵은 김치를 한꺼번에 먹는 ‘삼합’이 먹고 싶다고 해 골프장측이 챙겨주기도 했다.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고향이 전남 장흥이라 원래 ‘삼합’을 즐겼다고 한다. “오늘 빠따가 생각만큼 잘 됐고요.” 5일 컷 통과 후 미셸 위는 기자들에게 ‘빠따’를 비결로 꼽았다. 미국에서 자랐으면 ‘퍼터(putter)’라고 해야 할 텐데 그냥 아버지에게 들은 대로 ‘빠따’란다. 유치원 다닐 때 1년 배웠다는 한국어 실력치곤 ‘수준급’이다. 미셸 위는 이번에 몰라보게 달라진 한국어 솜씨를 선보였다. 지난해만 해도 몇 마디 정도밖에 하지 못하던 것이 이제는 기자회견을 한국어만으로 할 수준이 됐다. 아버지 위병욱씨는 “집과 골프장에선 한국어만 사용한다”며 “쉬는 시간에 영어자막이 없는 한국 드라마와 버라이어티 쇼 녹화테이프들을 많이 봐서 그런지 내가 봐도 놀랄 정도로 늘었다”고 했다. 그녀는 자신의 한국어 실력에 대해 “나는 더 잘한다고 생각하는데 엄마, 아빠는 유치원 수준이라 한다”며 고개를 젓기도 했다. 여느 여학생처럼 말 사이사이 ‘그냥’이라는 말을 자주 끼워 넣고, ‘되게(너무) 좋았어요’라는 전라도 사투리도 구사한단다. 대회 전 주최측은 미셸 위에게 통역이 필요한지 물었지만 ‘필요없다’는 대답을 전해 들었다. ‘1000만 달러 소녀’라는 별명만큼 이번 대회에서 미셸 위를 향한 스포츠 마케팅도 불을 뿜었다. 그를 초청한 SK텔레콤은 70만 달러(약 7억원)를 사례비로 지급했다. 50만 달러(약 5억원) 가량을 받는 ‘골프 여제(女帝)’ 애니카 소렌스탐(스웨덴)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주최측은 지난해 10월부터 미셸 위를 초청하기 위해 물밑작업을 벌였다. 대회 기간을 제외하곤 SK 계열인 ‘W호텔’에 묵는다.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6성(星)급’ 호텔의 220만원짜리 원더풀 스위트룸이다. 초청이 성사되자 여러 업체에서 후원을 마다하지 않았다. 기아자동차는 미셸 위 일행 7명을 태울 3800㏄급 오피러스 등 4대를 후원했다. 한 휴대전화 제조회사는 최고급 사양의 위성DMB폰을 미셸 위측에 제공했다. 주최측은 “나이키 전속이라 프로야구 시구(始球)할 때 입었던 야구유니폼 가슴 부분에도 ‘나이키’ 마크가 새겨지더라”고 전했다. 미셸 위가 컷을 통과하자 대회 주최측은 ‘해냈다’는 분위기다. 우선 갤러리 입장권 판매액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5일에만 대회장에 8000여명의 갤러리가 찾았다. 직전 대회 수천명에 불과했던 갤러리가 단숨에 10배 넘게 늘어났다. ‘미셸 위 효과’다. 개장 1년밖에 되지 않는 골프장에서 열리는 대회에 미셸 위, 최경주 등 세계적인 선수들이 참석하자 외국 기자들이 몰리고, 대회소식이 외국신문이나 방송을 타는 등 금액을 추산할 수 없는 부수적인 광고 효과는 별개다. 출처 : [조선일보 2006-05-06 02:57] (김정훈기자runt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