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 - 나태주 - 1 백담사百潭寺에는 마루가 많다 백담사의 마루에 무릎 꺾고 주저앉아 건너다보면 비로소 산은 산답고 나무는 나무답고 하늘 또한 하늘답다 이런 때 비로소 산과 나무와 하늘이 건너다보시기에 나도 모처럼 사람다운 게 아닐까… 백담사에는 마루가 많다 백담사에 마루가 많다는 사실 하나 깨닫는 데에도 나에겐 4년이란 세월이 필요했다. 2 백담사의 마루에 허리를 세워 한참동안 눈을 감고 앉아 있으면 두고 온 세상의 근심들이 물소리, 사나운 물소리를 흉내내며 달겨든다 나무가 자라 하늘로 뛰어오르고 나뭇잎이 푸르러 안개비와 몸을 섞으며 흐느낀단들 내사 어쩌랴! 이제 눈썹 끝에 처마가 걸리고 처마 끝에 부드러운 산마루가 걸리는 걸 바라봄도 내게는 하나의 소중한 기쁨이겠다.